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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9

작성자 사진: DA LEEDA LEE

어제는 6시 반 즈음에 잔 것 같다. 눈을 뜨니까 밤 11시였고, 그래서 다시 잤다. 아침 8시에도 눈을 떴지만 춥기도 하고 무엇보다 더 자고 싶었기에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강의가 있는 9시가 가까워져서야 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도합 15시간 30분을 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헛짓거리 하며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아직 학기 초입인데 벌써 집중이 안된다. 이말인즉슨 이제는 집중이 안되는 게 기본값이라는 것이다. 집중이란 건 그걸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이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을 발휘한다. 긍정적 강화보단 부정적 강화의 요소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소소한 눈요깃거리에는 흥미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난 아직 젊은가보다. 하긴 스물 여덟이면 아직 소주 댓병은 까고도 남을 나이인 하다.


인식론과 분석철학 수업은 꽤나 흥미롭다. 적당히 어렵고, 그에 따라 생각해볼만한 것도 많다.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수세에 밀려 하지 못했다. 소심하긴 한가보다. 따로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고, 질문을 정리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예습이라 명명하기엔 좀 낯간지럽고, 강의의 연장이라 부르는 게 좋겠다. 날티도 덜 나고.


책이 신촌 집으로 가버렸다. 그걸 방치한 지 4일째 오늘에서야 드디어 전 임대인 아주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현관에 내놓인 비닐 봉투가 하나 있다는데 나중에 이름을 확인해주신다 하셨다. 금주 한문 수업은 교수님께서 교재를 프린트하여 올려주셨으니 다음 주까지만 해결하면 되니까, 여유가 있다. 이번 주에는 다시금 전에 살던 집에 가게 되겠지. 의도치 않게 헤어진 그 녀석을 자주 보게 되니 남으려던 정이 떨어진다. 아마 그 집을 추억하려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상아쿠아에서 주문한 묭묭이의 용품 잡다가 오늘 도착했다. 항상 생각보다는 일찍 온다. 히터를 두 개 멀티탭에 물려도 되나 싶었는데 되는 것 같다. 유목이랑 은신처를 설치하니 밀린 강의를 듣기 싫어졌다. 오랜만에 카운터사이드의 스토리를 밀었다. 별 거 아닌 플롯이지만 왠지 모르게 감동을 받았다.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너무 소중하고, 또 좋은 일임을 새삼 느꼈다.


이 일기는 일산의 위스키 바 데미안에서 쓰였다. 이 얘기도 하고 싶은데 귀찮아서 못하겠다. 간략하게, 멋 안내고 쓰려 했던 일긴데 이렇게 길어졌다. 난 도무지 쉽게는 뭘 못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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